박천호 시인이 6번째 시집『박새부부의 사랑이야기』를 출간했다.
<詩와 에세이>에서 출간한 이번 시집에는 고향 영동에 대한 추억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자잘한 감동을 노래한 총 6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우선 그의 시의 원천은 고향에서 출발해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고향집 툇마루와 냇가의 맑은 물빛이 담겨있다.
삼도봉 넘어온 청량한 바람소리와 동네 골목길 지키는 감나무도 보인다. 인정 넘치던 이웃들의 투박한 사투리도 함께하고, 혈혈단신 내려와 끝내 고향땅 밟지 못한 이산(離散)의 한(恨)맺힌 절규도 빼놓을 수 없다.
넉넉함 보다는 부족함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그의 시를 감싸고 있다.
그는 최근 잠시 떠났던 고향에 대한 미안함에 대한 자성(自省)의 표현으로 산수유, 민들레, 데이지, 할미꽃, 엉겅퀴, 달맞이꽃, 바랭이와 쇠뜨기, 곤줄박이, 무당벌레, 개구리, 박새, 직박구리, 매미 등 주위의 사소한 동식물에 관심을 보인다.
이번 시집『박새부부의 사랑이야기』에 발표된 시들은 전반적으로 호흡이 짧아져 20행 이하의 시가 대부분이다.
시 속에서 추구하는 주제를 선명하게 드려내려는 시도 때문이며, 삼인시집『날개를 깁다』출간 이후 달라진 변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고향은 영동이지만 북에 두고 온 아버지 고향 때문에 뿌리를 향한 그의 방황이 탄식과 아쉬움 속에 맴돌고 있어, 남북 분단의 민족적 비극을 그 또한 생생하게 겪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는 사십여 년의 시간을 고향 주변의 학교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낯익은 아버지 세대가 떠난 자리에 귀농, 귀촌의 낯선 얼굴들과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변한 고향의 환경과 갈등 속에서 그의 다음 시가 어떤 방향을 향할지 자못 궁금하지만 그래도 놓지 못하는 끈 한 자락은 그의 삶과 시(詩)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은 결국 고향이라는 사실이다.